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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 5월 18일 일요일

엄마가 자취방 가져가라고 챙겨준 양파링. 어렸을 적 좋아했고, 지금은 잘 안 먹는데 엄마는 내가 어릴 적 좋아하던 걸 지금도 좋아하고 앞으로도 좋아할 거라고 믿는 것 같다. 이를테면 딸기 같은 것. 어렸을 적에는 별명이 딸기 공주였을 만큼 딸기를 좋아했지만 지금의 나는 딸기를 그다지 즐겨 먹지도 그다지 공주도 아니다··· 양파링 먹으려던 아빠는 엄마에게 걸려 혼이 났다. 나는 아빠가 먹어도 괜찮다고 했지만 엄마도 괜찮다고 말했다. 괜스레 머쓱해진 나는 자리를 피했다. 그 모든 일을 겪고 기어이 나의 자취방에 안착한 양파링. 과제하다 조금 허기져 뜯었는데 뭐지··· 왜 맛있지··· 나 아직 양파링 좋아하네··· 한 번 좋아하는 건 정말 영원히 좋아하게 되는 건지도···

25년 1월 1일 수요일

일월 일일은 고요하게 보내었다. 글레이즈 도넛과 따뜻한 커피 먹으며 새해 목표를 세웠다. 덜 다짐하기가 이번 새해 다짐인데, 다짐하고 싶은 것들이 자꾸 생겨나서 곤란했다. 지난해 유진과 세운 새해 빙고를 점검해 보았다. 16개 중 10개 정도 이루었고, 아쉽게도 빙고는 한 줄도 완성되지 않았다. (사실 그다지 아쉽지 않다) 완벽하게 달성한 거로 따지자면 동그라미 칠 수 있는 게 몇 개 없어서 70프로 정도 했으면 해낸 걸로 쳐주었다. 뭐든 생각하기 나름이니까··· 어째서인지 목표를 이루지 못해도 별로 아쉽지 않고, 애초부터 그다지 원하지 않았다는 생각마저 든다. 그저 심드렁한 기분. 어쩌면 새해에 이루고 싶은 것들을 나누며 달콤한 디저트를 먹고 싶었던 건지도 모른다. 유진과 다음에 만나면 올해 새해 빙고도 공유하기로 했다. 그때는 가급적 이룰 수 있는 걸로 써야지. 동그라미 치면 기분이 좋고, 원 빙고라도 달성하면 더 좋을 테니까···

24년 12월 29일 일요일

의 이상형은 버건디가 잘 어울리는 사람이라고 했다. 차돌 순두부찌개를 후루룩 먹고 있던 나는 이상형 한번 독특하다, 말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버건디가 잘 어울리면 왠지 멋있을 것 같고, 패션 센스도 좋을 것 같고, 날티 날 것 같다는 것이었다. 많은 항목들을 아우르는 총체가 '버건디'인 거구나. 나는 그 의견이 꽤나 그럴듯하게 들려서 고개를 끄덕였다. 버건디 어울리기 쉽지 않지. 나는 집에 있는 버건디 색 컨버스 하이를 떠올렸다. 이제 그 신발을 신을 때마다 영이 떠오르겠구나 짐작했다. 그럼 언니는? 하고 영이 물었다. 나는 일단 직모이면 안돼. 그냥 순두부찌개를 주문한 영은 언니도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그럼 파마하면 괜찮아? 그건 괜찮아. 나는 머리가 곱슬거리면 곱슬거릴수록 호감을 느끼는 것 같았고, 그건 내가 반곱슬에다 히피펌을 한 상태라 곱슬과 곱슬, 더블 곱슬을 이루고 싶은 욕망 때문일지도 몰라. 아무래도 비슷한 사람에게 끌리는 법이니까··· 답하며 이 식당은 영이랑만 왔다는 걸, 영을 따라 순두부찌개만 주문했었다는 사실을 새삼스레 알아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