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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 10월 20일 월요일

속초시외버스터미널에 내리자마자 우산을 샀다. 우산을 챙겼다면 사지 않아도 되었을 우산 비닐을 사장님이 벗겨주셨다. 바깥에 나와서 펑 펼쳐보니 별 무늬 우산이었다. 우산을 챙겼다면 올려다보지 못했을 별들이 꽤 마음에 들었다.

막국수를 먹을 날씨도 마음도 아니었지만 가려던 막국숫집이 화요일 수요일 휴무라서 월요일에 막국수를 먹기로 했다. 월요일에는 먹고 싶지 않아도 화요일과 수요일에는 먹고 싶어 질지도 모르니까. 대체로 이런 방식으로 월요일 일정을 정했다. 미래의 내가 아쉬워하지 않는 방식으로.

막국숫집에 가기 위한 택시를 기다리며 멀리 왔다, 멀리도 왔다 생각했다. 교수님께서 시 쓰기는 여기에서 저기로 달아나는 일, 끝의 끝까지 가보는 일이라고 말씀하셨는데 내게 여행이 그런 것 같아. 어딘가로부터 무언가로부터 누군가로부터 나를 최대한 멀리멀리 옮겨두는 일. 나를 데리고, 나만 데리고 달아나는 일.

(택시비가 막국수 값보다 많이 나온 이유다.)

밥을 다 먹고도 숙소 체크인 시간까지 두어 시간 정도 남아 막국숫집 옆 카페에 들어가 보기로 했다. 외부 카운터에서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다. 잠시 기다렸다 받은 커피를 든 채 문을 열었다. (어! 고양이!) 커피를 떨어트릴 뻔했지만, 떨어트리지는 않았다. 그건 나의 반사 신경이 좋아서는 아니고, 그다지 놀라지 않았던 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