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 12월 29일 일요일
영의 이상형은 버건디가 잘 어울리는 사람이라고 했다. 차돌 순두부찌개를 후루룩 먹고 있던 나는 이상형 한번 독특하다, 말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버건디가 잘 어울리면 왠지 멋있을 것 같고, 패션 센스도 좋을 것 같고, 날티 날 것 같다는 것이었다. 많은 항목들을 아우르는 총체가 '버건디'인 거구나. 나는 그 의견이 꽤나 그럴듯하게 들려서 고개를 끄덕였다. 버건디 어울리기 쉽지 않지. 나는 집에 있는 버건디 색 컨버스 하이를 떠올렸다. 이제 그 신발을 신을 때마다 영이 떠오르겠구나 짐작했다. 그럼 언니는? 하고 영이 물었다. 나는 일단 직모이면 안돼. 그냥 순두부찌개를 주문한 영은 언니도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그럼 파마하면 괜찮아? 그건 괜찮아. 나는 머리가 곱슬거리면 곱슬거릴수록 호감을 느끼는 것 같았고, 그건 내가 반곱슬에다 히피펌을 한 상태라 곱슬과 곱슬, 더블 곱슬을 이루고 싶은 욕망 때문일지도 몰라. 아무래도 비슷한 사람에게 끌리는 법이니까··· 답하며 이 식당은 영이랑만 왔다는 걸, 영을 따라 순두부찌개만 주문했었다는 사실을 새삼스레 알아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