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가 잠시 떠난 자리에 앉아 보았다」

학생봉사단 마중 전시 《SHELTER》 텍스트

 

미래가 앉아 있던 자리에 앉아보았다

누군가 앉아 있던 자리에 앉으면 기분이 이상해

모두가 따뜻한 엉덩이를 가진 건 아닐 텐데

누군가 앉아 있다간 자리에는 온기가 서려있다

얼마큼의 시간이 흘러도

 

미래가 앉아 있던 자리에 앉아 미래에 대해 생각하다

누군가 내게 해준 말이 떠올랐다

 

언제까지 미래 생각만 할 거야

그러니 네게 미래가 오지 않지

 

거기 앉아 있지만 말고 뭐라도 하라는 말에

나는 앉아 있는 동안 많은 걸 한다고

그림도 그리고 시도 쓴다고 말하려다

 

내가 그리고 쓰는 게 전부 미래를 향해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나서야 자리에서 일어날 수 있었다

(무릎에서 나는 처음 듣는 소리)

 

산책을 나서기로 했다

 

산책하며 (처음 보는 식물)을 뜯으며

 

미래는온다미래는오지않는다미래는온

다미래는오지않는다미래는온다미래는

 

오려나

 

미래가 온다고 말하면 정말 올 것 같아서

미래가 왔다고 말해보았다 미래가 왔어

 

미래가 왔다고 말하는 마음은 얼마간

올 것 같은 마음

울 것 같은 마음

 

미래가 왔는데 나를 알아보지 못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 그만 울 수 있다

 

미래가 (처음 보는 얼굴) 대신

미래가 아는 익숙한 자세로

미래가 앉아 있던 자리에 앉았다

 

미래가 떠난 자리에 잠시 앉아보았다

떠났다고 말하면 영영 떠난 것만 같아서

미래가 잠시 떠난 자리에 앉아보았다고 바꾸어 말해보았다

 

25.6.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