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찾기!」
학생봉사단 마중 전시 《SHELTER》 텍스트
누군가 내게 미래야,라고 불렀다 나는 미래가 아니면서 응,이라고 답했다 내가 미래가 아닌 걸 알면서 내게 미래라고 불렀다는 걸 알게 되었을 때는 이미 너와 가까운 미래들을 무수히 지나친 이후였다 그럼 미래는 누구냐고 물었더니 너도 모른다고 하였다 그럼 내가 미래일 수도 있잖아 말했지만 너는 단번에 고개를 저었다 미래는 스스로 미래라고 하지 않아 나는 미래에 대해 알지 못하지만 너도 미래에 대해 잘 아는 건 아닌 것 같아 안심했다 혼자만 알지 못하는 기분은 외로우니까 우리는 종종 함께 미래를 찾아 나섰다 혼자라면 하지 않았을 일을 함께라면 가뿐히 해낼 수 있다는 게 새삼스레 놀라워 쉬는 시간마다 우리는 미래를 찾으러 다녔다 미래는 학교 개수대에도 체육관 창고에도 시청각실에도 대강당에도 없어서 미래 찾기는 지속될 수 있었다 어떤 일이 되었든 할 일이 있다는 건 좋아 오늘을 살아야 하는 이유 같은 거 생각해 내지 않아도 되니까 그러자 미래가 무엇인지 더는 궁금하지 않았고 영영 미래를 찾지 못한다 하더라도 그다지 슬프지 않을 것 같아서 어느 날의 너에게 미래는 내일 찾고, 오늘은 다른 거 할까 말해보았다 네가 응,이라고 답하는 사이 미래가 우리를 가볍게 지나쳤다는 걸 눈치챈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25.6.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