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누리 - 벌
그때 작은 방 안에 둘러앉아 있었다
우리 중 한 명이 눈물을 흘리자 결국 모두 울게 되었는데 붙잡아두고 싶은 것이 너무 많아
모든 것을 포기하기로 했다
결국
물보라 속에서
떠내려가고 그 시간 우리가
다시
말하기 시작했을 때 우리가 우리 생애 처음으로 말했던 단어를 떠올리려 애썼을 때 더는 물어볼 사람 없다는 것
깨달았을 때 기어코
알 수 없어지는 것들
누가 기억하고 있을까
알 수 없는 순간, 작은 불을 켰다 그것은 멀리까지는 밝힐 수 없는데
진실은 어쩐지 언제나 여기보다 더 먼 곳에 있어
큰 소리로 흥얼거리는 노래
갓 벤 풀 냄새가 나면 우리는 무덤 위에 누워 있고
비가 내리면 가슴과 등이 동시에 젖었다
눈을 뜨고 있을 수 없어서 눈 감았는데
우리 그때
켜두었던 그 불 꺼졌을까?
촛농
흘린 모양으로 점을 친다고
또 누구는 빈 노트에 동그라미 엑스 겹쳐 그리고
우리를
용서할 수 있는 건 우리뿐이니까 이제
아무에게도 미안해하지 말자
진짜?
진짜
기꺼이
다시 울기 시작했을 때 풀은 흙을 뚫고
우리의 가슴과 등은 빠르게 젖어가고
미안해
장난치지 마
누워 있어 아직
손잡아도 될까
아직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은 하지 말자
방은 작으니까 충분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