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다희 - 오믈렛
밥을 먹을 때는 밥을 먹어야지 책은 그만 내려놓고 핸드폰은 다른 곳에 놔두도록 해
엄마는 말한다 자기 앞에 있는 접시에 충실해야지
어떤 여름이든 아침이면 왜 이렇게 항상 서늘한 건지 모르겠어
나는 고개를 숙이고 입속으로 사라지는 오믈렛에 집중한다
자라다 만 아이들은 담벼락에 꽂혀 피어난다 호기심으로 눈이 반짝거려도
매일 아침 배가 고프지
누군가 닦아놓은 듯 윤이 나고 작은 등껍질을 가진 벌레가 거실을 가로지른다
태어나서 집밖으로 나간 적 없는 아이와 태어나자마자 길에서 살았던 아이는 서로 만난 적이 없다 어젯밤 꿈에서 나타난 아이들은 아침 오믈렛에 부딪혀 잘게 부서진다 이야기는 납작하고 둥근 오믈렛에 떠밀린다
오믈렛이 프라이팬 구석에서 접시로 떨어질 때 오믈렛의 형식과 온도가 정해진다
나는 입속으로 사라지는 오믈렛에 집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