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해주 - 월요일
나는 슬리퍼를 신고 베란다에 서 있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그 아이에 대해서 생각하는 중이다.
나는 그 애에 대해 너무 자주 생각하는 것 같아. 그 애를 지운다는 것이 그만 슬리퍼를 지우고 만다. 맨발로 서서 그 애를 생각한다. 발가락을 오므렸다 펴면서. 그래서는 안 될 것 같다. 방에 딸기를 몇 박스나 사두었기 때문에
이 많은 걸 어떻게 없애면 좋을까.
턱을 어루만지고 있자니 그 애는 어느새 다가와 슬리퍼 옆에 쭈그려 앉는다. 잘 익은 딸기를 소매로 슥슥 대충 닦아 베어 문다. 하얀 손목을 따라 핏줄과 비슷한 모양으로 과즙이 흐른다.
싱싱하네,
그 애는 표현하지 않는다.
혀로 누르면 뭉그러지는 딸기의 맛
그 애는 설명하지 않는다. 그 애는 얼굴에 로션을 잘 바르지 않는 편이다.
그 애는 잘 미끄러지지 않고 잘 지워지지도 않는다.
그 애는 잘 웃다가도 말없이 베란다 난간을 훌쩍 뛰어넘는다. 그 애의 작은 등. 얼음이 녹듯이 어둠 속으로 사라지고
새 떼가 젖은 수건처럼 베란다 위로 후드득 떨어진다.
불빛의 개수로 기억되는 이웃들
해변을 지우고
별장을 지우고
어두운 백사장을 정신없이 달리다가
그 아이를 생각하다가
어느 날
나는 문득 떠올린 것처럼 흔들리는 버스 안에 서 있다.
사람이 가득한 공간은 뜨겁고 어지럽다.